불법 웹툰 사이트는 어떻게 운영될까? 불법 사이트 관찰하기

 작년에 카카오페이지 측에서 불법 웹툰 사이트 '어른아이닷컴'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아직 결과에 대한 기사가 없는데, 아직까지 진행 중인 것인지는 알 수가 없네요. 불법 웹툰 사이트에 대한 논란은 꽤 오래전부터 있었는데요. 이제와서?라는 생각도 들지만 이제라도 한다는 게 다행인 것 같습니다.
카카오페이지는 소장에서 “어른아이닷컴이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 작품 413개의 2만7000여 회 분량을 불법 복제하고 무단으로 게재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일보- 
 다음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만 400여개의 작품이 불법 복제되었다면, 전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작품들이 복제되었을까요?


 약 1년 전, 불법 웹툰 사이트 중 하나인 '호두코믹스'로 인해 웹툰 작가 및 독자 분들이 많이 이용하는 SNS, 트위터가 불타오른 적이 있습니다. 이는 호두코믹스 사이트가 해킹 당하고 트위터 계정으로 새로운 사이트를 홍보하면서 시작됩니다. 사이트 관리자가 트위터를 통해 '현재 개발자가 잡혀간 상태다. 사이트 복구에 힘쓰고 있다'며 팔로워들에게 웹툰 요청을 받습니다.(현재 해당 트윗은 신고로 인해 삭제되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호두코믹스 계정에 여러 멘션이 달리는데요. 운영자를 응원하는 글은 물론이고 다른 합법 웹툰 사이트에 유료로 판매하고 있는 웹툰을 올려달라는 요청 글이 올라왔습니다.
 문제는 트위터로 웹툰 이름을 검색하면 해당 트윗이 올라왔다는 겁니다. 작가와 독자들은 호두코믹스 계정을 알게 되었고 분노하였습니다. 많은 분들이 해당 계정의 팔로워들을 모두 차단하고 신고했는데요. 팔로워 중에는 작가에게 웹툰 잘 보고 있으니 응원한다던 독자도 있었다고 합니다. 불법으로 웹툰을 보면서 작가를 응원한 것입니다.

 9월에 일어났던 일이라 트윗이 거의 삭제되었는데요. 검색해보니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웅성웅성'은 어차피 관리하지 않는 계정인 듯 하여 가리지 않았습니다. 답글에 분노한 독자 분의 트윗이 있습니다.

 당시 요청 글에 제가 좋아하는 웹툰도 있었기에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다 문득 저것들은 왜 잡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분명 신고도 계속 하는데 왜 남아있을까요? 그래서 불법 웹툰 사이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며칠 동안 지켜봤습니다.(신고해도 빠르게 사라지지는 않더라구요...) 다음은 제가 관찰한 불법 사이트의 특징들입니다.
※사진에 나오는 광고 및 사이트 이름, 웹툰 정보는 모두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1. 유료/무료 웹툰을 다 올린다.
 몇 백 개의 웹툰이 올라와 있는데요. 유료 웹툰만 올라오는 것이 아닙니다. 네이버, 다음에서 연재되는 무료 웹툰들도 올라옵니다. 아마 결제해야 볼 수 있는 최신화를 올리는 것 같습니다. 인기있는 웹툰이나 19금 웹툰을 많이 올립니다. BL이나 판타지물도 많습니다. 그냥 좀 인지도 있는 웹툰은 다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레진, 카카오페이지, 네이버, 봄툰 등 많은 플랫폼에서 웹툰을 배껴옵니다.

2. 회원가입을 할 수 있다.
 무려 회원을 받습니다. 불법 사이트에 가입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회원이 될 경우 보고 싶은 웹툰을 요청할 수 있고, 북마크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북마크 기능을 사용하면 본인이 마음에 드는 웹툰만 모아놓고 볼 수 있습니다.
 북마크 인원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사이트마다 다르지만 특정 웹툰을 북마크한 사람이 10000명이 넘기도 합니다. 적어도 10000명은 불법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겠죠. 카카오페이지 기준으로 웹툰 대여권 1개가 200원이니 해당 웹툰은 업로드될 때마다 2백만원의 손해를 보고 있는겁니다.

분홍색으로 표시한 부분에서 북마크 인원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의 2만명이 북마크한 웹툰도 보이네요. 회원이 가장 많은 불법 웹툰 사이트인 듯 합니다.

 회원가입 절차가 간단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우려가 있어 가입해보지는 않았습니다. (이미 접속한 순간 망한 걸지도...) 보통 아이디와 비밀번호, 이메일을 입력합니다.


3. 불법 사이트끼리 퍼간다.
 불법 사이트 웹툰에는 워터마크가 있습니다. 보통 사이트 로고가 박혀있고 광고가 붙어 있기도 합니다. 워터마크를 확인하다가 발견한 사실이 있는데요. 사이트들이 서로 퍼간다는 겁니다. 웹툰을 올릴 때 합법 웹툰 사이트들을 해킹하는 것은 시간이 들고 위험하니 아마 직접 구매한 뒤에 캡쳐할 텐데요. 불법 사이트 A에서 웹툰을 캡쳐해 올리면 이 후에 불법 사이트 B에서 사이트 A에 올라온 웹툰을 복사해서 올립니다. 본인들끼리 2차, 3차로 퍼다 올리는 겁니다. 워터마크에는 위에서 언급했던 호두코믹스가 많았습니다. 그만큼 굉장히 중심이 되는 불법 웹툰 사이트였던 것 같습니다.


4. 광고로 돈을 번다.
 사이트를 어떻게 유지하나 싶었는데요. 광고가 많습니다. 주로 불법 도박 사이트 광고이며 게임핵, 성매매, 성인물 광고도 있습니다. 웹툰 사이트에 들어가면 위아래에 광고가 잔뜩 있습니다.

5. 주기적으로 사이트 주소를 바꾼다.
 경찰들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 https를 사용하지만(여기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신고하면 결국 걸리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들은 사이트 이름을 조금씩 바꿔가며 운영합니다. 사이트 이름을 바꾸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1) 숫자 바꾸기
sitename01.com
sitename02.com
sitename03.com
...
2) 사이트 이름을 제외한 다른 글자를 바꾸기
sitename.red
sitename.blue
sitename.pink
...

 이들은 보통 주소가 바뀌면 트위터나 텔레그램으로 공지합니다.

6. 불법 사이트 주소를 모아 놓은 사이트가 있다.
 불법 웹툰 사이트는 물론이고 불법 영화 사이트, 토렌트 사이트 등을 모아놓은 사이트가 따로 있습니다. 실제로 들어가보면 불법 웹툰 사이트가 정말 많습니다. 이곳도 다른 불법 사이트처럼 광고료로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불법 웹툰 사이트들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수사망을 피하기 위해서, 혹은 신고를 당하거나 경찰 수사에 걸려서 주소가 바뀌는데요. 사이트 운영자가 직접, 혹은 사이트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바뀐 주소를 이곳에 공유합니다.
 이렇게 불법 사이트들을 모아 놓은 사이트들도 수사망에 걸리면 주소를 바꿉니다. 하지만 주소만 모아 놓았을 뿐 직접적으로 저작권에 위배되는 것을 올리지 않기 때문에 잘 안 걸리는 것 같습니다.



 이렇게 불법 웹툰 사이트들이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관찰한 것을 정리해봤는데요. 수사망을 피해가는 불법 사이트도 문제지만, 구글에 웹툰 이름을 검색했을 때 정식 연재 사이트가 아닌 불법 웹툰 사이트가 상위에 뜨는 것도 큰 문제입니다. 사람들이 웹툰을 처음 접하는 곳이 불법 사이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구글 측에서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까도 언급했듯이 1만 명이 웹툰 한 편을 대여하면 200만원입니다. 안 그래도 웹툰 작가님들이 대우를 못 받는다는 소리가 나오는데 이는 큰 피해입니다. 또한 합법적으로 구매해서 웹툰을 소비하는 독자들을 기만하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소비자들이 아마 네이버나 다음을 통해 볼 수 있는 무료 웹툰에 익숙해진 것 같은데요. 영화관 갈 때 돈 내고, 뮤지컬 보러 갈 때 돈 내고, 책 구매할 때 돈 내고, 그림 엽서 한 장 살 때 돈 내는 것처럼 웹툰도 돈을 내고 보아야 하는 누군가의 창작물입니다. 돈 내고 보세요, 여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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