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고은채) - 로판 소설 추천/리뷰

 개인적으로 재밌게 읽은 로판 웹소설을 추천해볼까 합니다. 현재 소설은 완결되었고, 웹툰으로 연재되고 있는 고은채 작가님의 『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입니다. 웹소설은 가볍게 읽는 경우가 많아서 별로 기대 없이 읽는 편인데 이 작품은 제목이 아쉽다고 느껴질 정도로 재밌게 읽었어요.
 스포일러가 있으니 읽으실 때 주의해주세요.

웹소설 『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
작가: 고은채
본편 189화 완결
외전 22화 완결
특별외전 10편
(총 221편)

남주 덕질 3년차.
아들 바보, 폭군 하데스 루버몬트 공작에게 딱 걸리고 말았다.
“줄기차게 따라다녀, 비싼 선물 공세에, 이제는 목숨 아까운 줄도 모르고 혈혈단신으로 북부까지 올라오다니…….”
“미안합니다. 할 말이 없네요.”
“그래, 내가 졌어. 도저히 모른 척할 수가 없는 정성이야.”
“……역시 제가 좀 그렇죠? 제가 생각하기에도 이만한 정성이 없어요.”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들은 꽤 됐지만, 영애만큼 집요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 놀라울 정도야. 하지, 결혼. 빠른 시일 내에.”
“하아…….”
“…….”
“예, 받아들이겠습니다.”
“…….”
“아니, 예?! 뭐라고요?”
시방 이것이 뭔 소리라니?
잘못 들은 게 분명하겠지?
그러나 공작은, 멍해진 내 얼굴을 바라보며 피식 웃더니 제대로 확인 사살을 해줬다.
“해주겠다고, 결혼.”
이럴 수가.
남주 아빠의 자의식 과잉이 상당하다.

[책빙의(일까?^^)/ 착각계/ 내가 따라다닌 건 너 말고 네 아들!/ 성덕이 된 여주X자의식 과잉만 빼면 멋진 아버님/ 아들 귀여워!]
 -출처: 카카오페이지 작품 소개
 『남주의 엄마가 되어버렸다』는 평범하게 현실 세계에 살던 주인공이 자신이 읽던 소설에 빙의하고, 해당 소설에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캐릭터를 덕질(건전하게 쫓아다니고 몰래 선물을 줌)하다가, 남주의 아버님과 결혼하게 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빙의한 세계에서는 남주가 아직 어린 아이입니다.) 첫편에 작품 소개와 첫편에서도 나오지만 남주의 아버님과 결혼하게 되는 이유는, 아버님이 자신의 아들을 따라다니는 주인공을 보고 그녀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덕직물을 읽어 본 적이 있지만 주접떠는 게 제 취향이 아니라 초반만 보고 말았는데요. 이 소설은 주접이 부담스럽지 않고 아버님이 착각하는 게 웃겨서 보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초반에는 여느 로판 소설처럼 클리셰 듬뿍인 빙의물로 코믹하게 시작됩니다. 그런데 작품 소개를 잘 읽어보시면 '책빙의(일까?^^)'라고 되어있죠. 과연 책빙의일까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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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설은 끝까지 통수에 통수를 치며 흥미로운 세계관을 풀어냅니다. 세계관 설정이 튼튼하고 기승전결, 떡밥회수도 깔끔하며, 반전도 있습니다. 작가님이 큰 그림을 잘 그리셨어요.

 스포를 하자면 일단 육아물, 덕질물 아닙니다. 이 소설은 여주와 남주의 사랑보다는 운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로맨스보다는 판타지 위주의 이야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신이 정한 운명을 바꾸려는 자들의 노력과 절망이 담겨있어요. 주인공에게, 미하일에게, 그 분에게 모두 형벌로서 고통스러운 운명이 주어졌고, 그들은 형벌을 깨트리기 위해 거대한 장기간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거기에 로맨스는 조미료처럼 약간 뿌린 느낌이에요.
 읽으면서 뭐하나 놓치지 않고 읽으셔야 후반부에 떡밥 풀릴 때 뒷통수 세게 맞아서 재밌습니다. 장르 소설 특성상 설명이 매우 친절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지는 않으실 거예요.

 그리고 안그래도 인생이 복잡해서 가벼운 글만 찾다보니 등장인물이 죽는 소설을 볼 일이 별로 없는데 이 소설에는 죽음이 많이 나옵니다. 그게 기억 속이든, 현실이든 상관없이요. 그렇다고 해서 죽음이 마냥 절망적이고 슬프게만 나오지도 않습니다.(안 슬프니까 오히려 눈물남...ㅋㅋㅠㅠ)
 외전 마지막 화를 보면서 나름 행복하게 끝이 났지만 시간이 흘렀으니 그들도...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연한 사실이지만 워낙 본편에서 죽음, 다음 생 이런 이야기가 많이 나오니까 약간 씁쓸했어요. 아, 맞다. 사람은 다 죽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간에 적절한 부분에 등장인물 삽화가 있어서 상상하면서 읽기 좋았습니다. 비슷한 로판이 워낙 많은데 이렇게 삽화로 등장인물의 모습을 각인시켜 주니까 헷갈리지 않고 기억에 남았습니다. 웹툰을 먼저 보셨다면 상상이 더 쉽겠죠.

 아쉬운 점은 두 가지가 있는데요. 첫 번째는 삽화에 스포일러가 있다는 점입니다. 소설 내용이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데 삽화에 마지막 장면을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이 있더라고요. 삽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저게 뭐지?'라고 생각했는데 뒷이야기를 좀 더 읽어보니 대충 예상이 갔습니다. 삽화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되지 않을까?'라고 예상할 수는 있겠지만, 이미 삽화를 보았으니 '아, 이렇게 되는 거구나.'하게 되어서 아쉬웠어요. 해당 회차에 삽화를 꼭 보여주어야 했다면 그 부분을 삭제하는 게 소설 마지막까지 독자에게 더 큰 재미를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차피 나온지 꽤 시간이 지난 작품이고 변경은 작가님 마음이지만요.
 두 번째는 아무래도 장르가 로맨스판타지라서 뜬금없이 감정을 교류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로맨스니까 그런 장면이 나오는 건 이해되는데요. 저는 이어지는 내용이 궁금한데 이야기 진행을 멈추고 가족애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와서 답답했습니다. 등장인물들의 대화나 독백을 통해 지금 상태가 어떤지 알려주고 로맨스 소설이니까 예쁘게 사랑하고 있는 걸 보여주려는 의도인 듯 하지만, 집중력이 뚝 끊겼습니다. 해외 액션 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이상해지면서 키스하는 장면이 너무 길게 나올 때, 한국 영화를 보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슬퍼지면서 다같이 우는 분위기가 되었을 때랑 기분이 비슷했어요.
 첫 번째는 재미를 느끼는 데에 좀 치명적이지 않을까 싶은데 두 번째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것 같네요. 중간에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저런 장면이 있는 게 좋을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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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용과는 별개로 제목이 정말로 아쉬운 소설입니다. 제목과 작품 소개만 보고 지나친 분들이 있을 텐데요. 저도 지나쳤다가 첫 화 댓글 보고 킬링타임용으로 읽고 너무 재밌어서 놀랐습니다. 막상 읽고 나니 작품 소개를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드네요. 제대로 설명하다가는 약간 피폐물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웹툰 먼저 보신 분들도 있을 텐데 뒷부분이 궁금하신 분들은 결제해서 보셔도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아무래도 장르 소설이다 보니 문체가 좀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데 오히려 그래서 더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산뜻한 로판에 나름 진지한 세계관이라서 좋았어요.

 소설이랑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웹툰 보니까 그림 작가님을 잘 만난 것 같더라고요. 아들 눈썹이 좀 두껍긴 한데 귀엽습니다. 요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웹툰들이 내용에 집중이 안 될 정도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걱정이 되었는데 상상한 느낌이랑 비슷하고 그림체도 잘 어울립니다. 웹툰화된 소설들의 경우 앞부분은 웹툰으로, 뒷부분은 소설로 보는 게 상상하기 좋고 재밌더라고요. 웹툰은 일주일에 한 번 연재되니까 뒷부분이 궁금하면 이미 완결된 소설로 보시면 됩니다.

 최대한 스포를 안하고 싶어서 말을 고르다 보니 좋았던 점보다 아쉬운 점을 너무 길게 쓴 것 같네요. 제목만 보고 지나치셨던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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